[뷔진] 경찰과 도둑의 숨바꼭질




뷔진 ; 팬픽




W . 유매













-


" 뭐 나온 거 있냐? "



계속 이어지는 수사에 지쳤는지 피곤에 찌든 얼굴을 한 지민이 병실로 들어왔다. 몸을 일으킨 태형이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댄 상태로 지민을 바라봤다. 침대 아래에서 간이침대를 꺼내 누운 지민이 말도 말라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지민의 반응에 고개를 간이침대가 있는 쪽으로 뺀 태형이 잠들기 직전인 그를 계속 바라봤다. 그렇게 본다고 뭐 안 나온다.



" 아니 수사를 했으니까 말을 하지 말라는 거 아니냐? "

" 남성 한 명 빼고는 전부 사라진 상태였어. "

" 그래서 그 사람이 뭐래? "



너 같으면 죽은 사람이 말을 하겠냐. 지민의 말에 눈을 크게 뜬 태형이 좀 제대로 얘기 좀 해보라며 팔을 뻗어 그를 억지로 일으켰다. 전정국한테 물어봐, 나도 걔한테 듣고 오는 길이니까. 지민은 남성이 죽은 상태로 발견된 것 말고는 아는 게 없는지 계속 물어봤자 할 얘기 없다며 태형에게서 시선을 돌리고는 다시 침대 위로 누웠다. 피곤해서 그런지 곧바로 잠이 드는 지민에 태형도 다시 뒤로 몸을 뉘었다.



" 뭔가, 골치 아픈 사건이 굴러들어온 기분인데. "

" 딱, 그거 정답이다, 이 새끼야. "

" 야 너 눈에 그 그림자는 뭐냐. "



내가 너 때문에 무슨 고생을 했는지 아냐? 지민과 나란히 누워서 자던 태형이 30~40분 정도가 지나자 큰 소리를 내며 열리는 병실 문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잠을 거의 못 잤는지 눈가에 다크서클이 가득한 정국의 눈에 태형이 입을 떡 벌렸다. 손을 뻗어 태형의 턱을 쳐서 입을 다물게 한 정국이 침대에 걸터앉았다. 남자가 죽은 상태로 발견됐다는 건 무슨 얘기냐?



" 너 쉬라고 하고 박지민도 처리할 일 있다고 해서 형 데리고 갔었거든? "

" 아, 나 엄청 싫어하던 형사? "

" 어. 암튼 그 형이랑 갔는데, 집 앞에서부터 냄새가 나는 거야. "















.

.

.


" 아, 형이 같이 좀 가줘요. "

" 네 친구 일인데, 그걸 내가 왜 가냐. "



집 주소를 경찰수첩에 대충 휘갈겨 쓴 정국이 빨리 움직이자는 생각으로 다른 형사팀 구역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는 형사인지 망설임 없이 걸어간 정국이 금방이라도 잠들 것 같은 표정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형사의 목에 팔을 걸었다. 혼자 갔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하라고요. 지금 나보고 네 방패 좀 해달라는 거냐? 신경질을 내며 거부의 의사를 표하는 형사에 정국이 통하지도 않을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 아, 윤기 형, 같이 좀 가줘요. "

" 걘 뭘 하길래 네가 나서서 이러는데. "

" 어깨에 칼 꽂혀서 병원에 입원했잖아요. "



태형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리를 들은 윤기가 어? 하며 정국을 향해 몸을 돌렸다. 대충 상황을 설명한 정국이 윤기를 빤히 바라봤다. 형, 뭐 아는 거 있죠. 정국의 물음에 뭔가를 생각하던 윤기가 아니라며 고개를 흔들고는 같이 가주기만 하면 되는 거냐며 질문과 전혀 상관없는 질문을 던졌다. 자신이 했던 질문은 이미 잊었는지 정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정리를 하고 있는 사건을 뒤로 미룬 윤기가 정국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 여기야? "

" 사람이 안 사는 것 같지 않아요? "

" 안에 불은 켜져 있는데? "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처럼 차있는 우편함과 바람에 끼익- 끼익-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대문에 윤기와 정국이 걸음을 빨리 옮겼다. 1층은 창고로 사용하고 있는지 자물쇠로 문이 잠겨있었다. 결국 발걸음을 옮겨 2층으로 올라간 정국과 윤기가 열려있는 문에 허리춤에 차고 있던 총을 손에 들고는 서로 신호를 주고받았다. 정국이 발로 문을 차서 열자 윤기가 잽싸게 안쪽으로 총을 겨눴다. 아무도 없는 걸까요? 



" 일단 들어가자. "

" 아까부터 시체 썩는 냄새나지 않아요? "

" 미안, 나 감기 걸려서 잘 모르겠다. "



정국이 시체 썩는 냄새가 난다고 하자 코가 막혀서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답한 윤기가 먼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먼지 쌓인 것 봐라. 바닥 가득한 먼지에 결국 신발을 신고 들어간 정국과 윤기가 일단 거실을 쭉 둘러봤다. 바닥에는 비어있는 컵라면 용기들이 가득 널려있었고, 가구들에도 바닥과 마찬가지로 먼지가 가득 내려앉은 상태였다. 3개 정도 보이는 방에 하나씩 보기로 한 정국과 윤기가 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뭐야, 방에 왜 아무것도 없냐. "

" 형, 거기도 비어있어요? "

" 거기도? 무슨 이런 집이 다 있냐. "



정국과 윤기가 확인한 방 둘 다 사람이 전혀 살지 않았던 것처럼 아무것도 없이 깨끗한 상태였다. 방을 좀 더 둘러보는 정국을 뒤로하고 남은 방의 문을 연 윤기가 안을 확인하자마자 보면 안 될 것을 봤다는 듯이 움직임을 멈췄다. 왜 그래요, 형? 정국이 다가오자 윤기가 손바닥을 보이며 오지 말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정국을 못 오게 한 윤기가 다시 방문을 닫고는 자신이 속해있는 형사팀 팀장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왜 그러는데요?



" 네가 지금까지 봤던 것들 상상 그 이상이니까 열어 볼 생각도 하지 마. "

" ... 사람이 죽어 있다는 거예요? "

"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죽은 건 맞는데... "



말 끝을 흐리는 윤기에 정국이 궁금증을 못 참겠다는 듯이 무작정 방문을 열어젖혔다. 전화를 받은 팀장에게 상황 설명을 하던 윤기가 뒤늦게 그 모습을 발견한 윤기가 다급하게 정국의 어깨를 붙잡고 방문을 닫았다. 하지만 이미 방안을 확인했는지 정국의 눈은 크게 떠져있었다. 정국이 본 방안은 이상한 점이 가득했고, 정말 봐서는 안 됐을 것도 있었다. 아무것도 없었던 두 개의 방에 있던 모든 가구들을 옮겨둔 것인지 방안은 빈 공간이 없이 빽빽했고, 그 가구들 사이로 죽은 지 10일은 족히 넘은 것 같은 남성의 시체가 매달려 있었다.



" 일단 넌 서로 돌아가, 여긴 우리가 처리할게. "

" 아니, 형, 그래도. "

" 빨리. 걔한테도 가서 알려주고. "



윤기의 만류에 결국 정국이 차로 향했다. 차에 올라탄 정국이 아까의 장면이 떠오르는지 핸들에 머리를 박았다. 3분 정도가 흘렀을까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리는 벨 소리에 정국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박지민. 지민의 이름 석자가 보이자 전화를 받은 정국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아니, 너 거기 집 갔다며. 지민의 말에 정국이 간다고 말하고 오는 것을 깜빡했었는지 아- 하며 짧게 앓는 소리를 냈다.



' 그래서 뭐 발견한 거 있어? '

" 나 서에 들렸다가 갈 테니까, 먼저 김태형한테 가 있어. "

' 왜 무슨 일 있는 거야? '

" 집 안에서 시체가 발견됐어. "



그렇게 지민은 제대로 된 설명도 듣지 못 한 상태로 태형의 병실로 온 것이고, 태형은 믿도 끝도 없는 말에 정국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정국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태형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에 미간을 찌푸렸다. 방안에 있는 물건을 왜 다 옮긴 거지? 태형의 물음에 정국이 그걸 자기도 모르니까 답답하다며 혹시나 윤기에게 연락이 올까 하고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 그래서 그 형이 지금 조사하고 있는 거야? "

" 형도 처음 보는 상황인 것 같더라고. "

" A팀 형사가 처음 보는 거면, 내가 엄청난 걸 끌어낸 것 같다? "



태연한 태형의 모습에 정국이 넌 철 좀 들라며 그의 허벅지를 때렸다. 악! 태형의 고통이 가득한 소리에 놀라서 깬 지민이 무슨 일이냐며 허둥지둥 거렸다. 잘 잤냐? 정국의 물음에 언제 왔냐고 물은 지민이 눈꼬리에 눈물을 달고 있는 태형을 바라봤다. 방금 왔어. 오자마자 아픈 애를 때리냐. 지민의 타박에 얘가 잘못한 걸 어쩌냐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는 정국이었다.



" 우리 집에 혹시 또 오지 않을까? "

" 누가? "

" 김석진. "



어떤 도둑이 미쳤다고 형사가 사는 집에 또 찾아오냐. 지민이 팩트를 말하자 정국과 태형이 크게 웃으며 그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냐? 웃고 떠들던 세 사람이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동시에 병실 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 팀장님? 전정국, 넌 뭘 하고 돌아다닌 거야. 들어오자마자 잔소리를 하는 팀장에 정국이 듣기 싫다며 귀를 틀어막았다. 팀장님, 제 걱정부터 해주셔야죠.



" 넌 빨리 출근할 생각이 나 해, 너 때문에 형사팀 싹 다 뒤집혔어. "

" 제 어깨에 칼이 꽂힌 게 그렇에 이슈입니까? "

" 그게 아니라, 그 김석진인가 뭔가 하는 놈 때문에. "



언제 봤다고 김석진한테 놈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자신의 말에 욱하는 태형의 반응을 본 팀장이 동그란 머리통을 세게 내리쳤다. 넌 얼마나 잘 알고 있다고 그러냐. 팀장의 격한 반응에 무슨 일인지 얘기나 좀 해주고 그러라며 태형이 울상을 지었다. 상황 설명을 아직 안 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팀장이 태형을 때린 부위를 살살 쓰다듬었다. 내가 아는 건 이거 하나야, 김석진인가 걔 여동생이 사라졌다는 거.



" 여동생이오? "

" 그래, 동생 찾겠다고 난리를 치더니 학교도 안 나오고 있는 거고. "

" 아니, 주변에 널린 경찰을 두고 왜. "



그것만 이상하냐? 그 집도 이상한 게 널렸는데? 팀장이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자 정국이 음료수라도 한 병 마시라며 냉장고 문을 열었다. 따뜻했던 병실에 찬 공기가 돌자 그제야 잠이 다 깼는지 아무 말없이 앉아있던 지민이 팀장을 바라봤다. 집에 사채 같은 건 없어요? 안 찾아봤어? 역으로 묻는 팀장에 지민이 그걸 자기가 왜 찾냐며 정국에게로 화살을 돌렸다. 넌 안 찾아봤냐? 팀장의 손에 음료수 병을 넘긴 정국이 지민의 어깨를 툭 쳤다.



" 당연히 찾아봤지, 근데 그런 건 없었어. "

" 그럼 단순 납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건가? "

" 단순 납치라고 하기에는 살인 사건까지 있으니... "



점점 복잡해지는 상황에 태형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야, 왜 그러냐. 걔, 이상한 짓이라도 하고 다니는 거 아니겠지? 태형이 고민하고 있던 게 고작 저런 거라는 걸 생각하니 정국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너, 진짜 반했냐? 정국의 물음에 그걸 말이라고 하냐며 눈을 흘긴 태형이 팀장을 바라봤다. 찾을 수 있겠죠? 네가 빨리 일어난다며? 태형의 어깨를 두어 번 주무른 팀장이 먼저 가보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국이 배웅을 하고 오겠다고 따라나가자 태형과 지민이 다시 동시에 침대 위로 누웠다. 



" 팀장님, 뭐 나온 게 더 없는 겁니까? "

" 더 이상, 김태형한테 아무것도 물어다 주지 마라. "



갑자기 표정이 확 바뀌는 팀장에 정국의 눈에 물음표가 떠다녔다. 아깐 태형에게 희망을 주는 것처럼 행동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정국에게는 아무런 정보를 가져다주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을 했다. 정국이 어떻게 된 거냐고 묻자 팀장이 여기서부턴 자기도 말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정국의 낯빛이 어두워지자 쓰게 웃은 팀장이 태형에게 잘 둘러대라고 하며 걸음을 옮겼다. 몇 발자국 걸어간 팀장이 다시 걸음을 멈추자 정국이 그를 바라봤다.



" 김태형, 지금도 위험하다. "


















-


이상한게 보인다면 에스크로 와주세여!!!!!


https://twitter.com/han_a_suluv?s=09 = 사담계 

https://twitter.com/belle_ciel_bleu?s=09 = 구금계

https://open.kakao.com/o/sSEhWOC = 1:1 오픈 카톡 

http://asked.kr/saga65232 = 에스크


[뷔진] 경찰과 도둑의 숨바꼭질




뷔진 ; 팬픽




W . 유매











-




" 누구세요? "



움직이지 마. 범인을 잡는 것만 일주일이 걸린 사건을 간신히 마무리 지은 태형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왔더니 웬 모르는 남자가 자신의 책상 서랍을 뒤지고 있었다. 누구냐고 묻는 태형의 물음에 고개를 휙 돌린 남자가 움직이지 말라며 대뜸 그에게 칼을 보였다.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건가? 어이가 없는 상황에 헛웃음을 지은 태형이 외투를 벗고는 남자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아까와 똑같은 자세로 미동도 없이 서있는 그가 좀 불쌍해 보였는지 혀를 찬 태형이 의자를 끌어다가 그의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 몇 살? "

" 29살. "

" 너무 순순히 말하는 거 아니야? "



아차 한 남자가 입을 틀어막자 태형이 이미 늦었다며 크게 웃었다. 태형이 당황할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런 모습이 전혀 없자 오히려 당황한 남자가 돈을 챙겨 넣은 가방을 손에 꼭 쥐고는 집을 빠져나갈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대는 현직 형사였다. 이미 남자의 생각을 읽었는지 태형이 현관으로 걸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뭐 하는 짓이야. 저기,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아? 태형의 물음에 칼을 더 꽉 쥔 남자가 그걸 자기가 어떻게 아냐며 소리를 크게 질렀다. 나, 형사야. 



" ... 뭐? "

" 형사라고, 너 그러는 거 그냥 어린애 장난 수준이야. "

" ..... "



태형의 말에 할 말을 잃은 건지 남자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제 잡혀가는 건가. 먹을 게 없어서 무작정 들어온 자신이 잘못을 한 거는 맞지만, 막상 감옥을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남자의 얼굴이 침울하게 변했다. 그런 남자에게 다가간 태형이 씩 미소를 지었다. 이름. ... 김석진. 이름도 예쁘네?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태형의 손길에 놀란 석진이 뒤로 얼굴을 쭉 뺐다. 만지지 마. 지금 네가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할 입장인가? 태형이 사실만 정확하게 집어서 말하자 석진이 입을 다물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 지금 당장이라도 넘기고 싶은데, 그쪽이 너무 예뻐서. "

" ... 그쪽 이름도 알려줘. "

" 계속 반말할 생각인 거야? 기분이 나쁜데? "



내가 너보다 3살 많아. 태형의 말에 우물쭈물하던 석진이 말을 바꿔 작게 중얼거렸다. 알려주세요. 김태형. 이름을 듣고 순간 자기도 모르게 석진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얼굴도 완벽한데, 이름도 완벽하지? 자기보다 더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석진이 무언가에 홀리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지금 보니까, 내 액자 건드렸네. 석진을 보며 생글생글 웃던 태형이 액자에 금이 간 것을 발견하고는 갑자기 눈빛을 확 바꿔 석진을 죽일 기세로 노려봤다. 저건 안 건드렸어요.



" 너 말고 여기 누가 또 들어왔는데. "

" ... 친구.. "

" 아, 혼자가 아니었어? "



아까랑 확 달라진 태형의 말투에 침을 꿀꺽 삼킨 석진이 옆으로 자리를 살짝 옮겼다. 어딜 가려고. 태형이 자신의 어깨를 잡느라 한눈을 판 사이 석진이 눈을 꼭 감고는 손에 쥐고 있던 칼로 대충 어딘가를 내려찍었다. 아. 태형이 작은 신음을 내며 자신의 어깨에서 손을 떼자 가방을 들고 현관문으로 달려간 석진이 잠긴 문을 열면서 고개를 뒤로 돌렸다. 자신이 휘두른 칼은 태형의 어깨에 박혀 있었고, 상처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헉- 소리를 낸 석진이 밀려오는 무서움에 자신이 했다는 생각도 잊어버린 상태로 태형의 집을 빠져나갔다.



" 아, 시발... "



석진이 떠난 공간에 혼자 남은 태형이 아픈 어깨를 손으로 꽉 잡고는 침대 위에 있던 이불을 끌어당겨 제 어깨를 지혈했다. 피곤했던 탓인지 자꾸 감기는 눈에 거의 기어가는 듯이 외투가 있는 곳까지 간 태형이 핸드폰을 꺼내서 손에 쥔 상태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그렇게 약 30분이 지나서야 태형의 집 앞으로 구급차 소리가 들렸다. 태형이 실려간 뒤 경찰 제복을 입은 남성이 집안으로 들어와 대충 훑어보고는 다시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진짜, 김태형 병신 아니냐.



" 내 말이. "

" 걔 때문에 이게 무슨 난리냐. "

" 그래도 수술은 잘 되겠지? "



방금까지 태형을 욕하던 두 남성은 내심 그가 걱정이 되는지 수술실 앞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서 등이 꺼지기만을 기다렸다. 시간이 흐르고 불빛이 들어와있던 등이 꺼지자 초록색 수술복을 입은 의사가 밖으로 나왔다. 태형의 상태에 대해 들은 두 남성이 다행이라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곧이어 태형이 간호사들과 함께 밖으로 나왔고, 회복실로 옮겨졌다.
















.

.

.



" 형사라는 새끼가 도둑이랑 짝짜꿍을 하셨다? "



태형이 일어났다는 소식에 가장 먼저 달려온 정국의 첫마디는 잔소리였다. 자신의 말을 듣고는 있는 건지 여유로운 표정으로 어깨에 붕대를 감고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태형의 모습에 머리를 강하게 때린 정국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딱 내 스타일인 걸 어쩌냐. 태형의 말에 더 열을 받은 정국이 잡으면 얼굴이나 보자며 으름장을 놓았다. 잡긴 뭘 잡냐며 고개를 저은 태형이 정국을 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뭐냐. 그 새끼 찾으면 나한테 데리고 와. 음흉이 아니라 엄청 화난 표정이란 걸 뒤늦게 인지한 정국이 속으로 그 도둑은 이제 인생 끝났다를 외쳤다. 도둑 이름은 아냐?



" 김석진. "

" 그걸 또 알려줬, 잠깐만...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

" 흔한 이름인가. "



곰곰이 생각을 하던 정국이 뭔가 떠오르는지 눈을 크게 떴다. 아, 그 얼마 전에 경찰대 다녀왔는데 거기에 그 이름 하나 있었다.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을 해낸 정국이 설마 하는 생각에 대충 태형에게 얘기를 하고는 다른 형사들이 사두고 간 음료수 병을 까서는 쭉 들이켰다. 누가 보면 범인 하나 잡고 왔다? 태형의 물음에 정국이 말도 말라며, 벌써 몇 번째인지 똑같은 수법으로 할머니들 집을 터는 좀도둑이 나와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했다. 순간 태형은 벌써 몇 번째라는 얘기에 눈을 번뜩이며 정국의 팔을 잡았다. 몇 번째라고? 아, 내가 얘기 안 했나?




" 너 기절한 상태로 발견됐는데, 그동안 쌓인 피로 때문에 4일 만에 일어났어. "

" 그걸 이제야 말하는 새끼가 어딨냐. "

" 걱정 마, 그 새끼는 잡았으니까. "




다음 날 처리해야지 하고 남겨놨던 사건이 생각나서 그런지 방방 뛰는 태형에 그건 이미 자기가 처리했다며 진정하라는 정국이었다. 당분간 쉬라고 위에서 지시 내려왔으니까 넌 그 도둑이나 잡을 생각해라. 도와줄 거지? 태형이 물방울이 떠다닐 것 같은 눈빛으로 자기를 바라보자 소름이 돋는다며 그 얼굴을 밀어내는 정국이었다. 암튼, 너네 집 주변 cctv부터 찾아봐 줄게, 쉬고 있어라. 정국이 외투를 챙겨 일어나자 부탁한다며 씩 웃은 태형이 병실을 나서는 그의 뒤로 손을 흔들었다.




" 잡히기만 해봐, 그땐 진짜 안 봐줘. " 

" 뭐야, 전정국 왜 벌써 가냐? "

" 넌 내가 일주일 만에 일어났다는데 너무 편하게 들어온다? "




울면서 다시 들어오리? 지민의 얄미움에 그냥 사라지라며 손을 휘휘 젖는 태형이었다. 지민이 장난이라며, 정국의 연락을 받자마자 달려왔다고 삐진 태형을 달랬다. 살인사건 처리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다치냐. 태형의 어깨를 바라본 지민이 불쌍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태형은 그때보다 아프지는 않다며 걱정 말라는 듯이 지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 그 도둑 얘기 들었는데, 구급차 부른 거, 그 도둑인 것 같더라고.




" 병 주고 약 주는 그런 거래? "

" 그건 모르겠고, 너네 집에서 빠져나가 30분 뒤에서야 찔리는지 구급차에 전화를 했다더라. "

" 30분이면 거의 죽을 뻔한 거 아니냐? "




그러니까 일어나는데 일주일이나 걸렸지. 지민이 뒤늦게 외투를 벗으며 의자에 앉자 태형이 참 빨리도 앉았다며 크게 웃었다. 이해가 안 가는 석진의 행동에 대해 얘기를 하던 태형이 갑자기 드는 의문점에 그를 빤히 바라봤다. 넌 도둑인 건 어떻게 알았냐? 너네 집에 갔더니 서랍은 엎어져 있지, 바닥에는 피가 흥건하지, 딱 봐도 견적 나오잖냐. 태형을 흘겨본 지민이 도둑 안 잡고 뭐 했냐며 그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다.




" 아니, 진짜 예쁘게 생겼다니까? "

" 그렇다고 도둑을 그렇게 놓아주냐? "

" 아니, 걔 친구가 꼬신 것 같더라고. "




친구가 있었다고? 태형의 말에 멈칫한 지민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이상한 말 그만하라는 듯이 그에게서 살짝 멀어졌다. 아니, 왜, 무섭게. 그날 너네 집에 들어간 사람 그 도둑 하나야. 아 갑자기 소름 돋게 왜 그런 소리를 하냐. 지금 누구 때문에 소름이 돋는데. 두 사람이 한참을 떠들고 있는 동안 경찰서로 돌아갔던 정국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다시 병실로 들어왔다. 넌 또 뭐야. 야, 그 김석진이라는 애, 얘 맞냐?




" ... 어, 앞머리 길이만 다르지 다른 건 똑같이 생겼는데? "

" 엄청 빨리 찾았네? 좀 걸릴 줄 알았더니. "

" 아까 내가 경찰대학 얘기한 거 기억나? "




정국의 물음에 태형이 기억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대학 학생인데, 졸업 앞두고 4년째 실종 상태래. 정국의 말에 동시에 얼음이 된 태형과 지민이 각자 자신의 팔을 감쌌다. 반응이 왜 그러냐? 아니 너 오기 전에도 이상한 부분이 있었거든. 갑자기 복잡해진 상황에 한숨을 푹 내쉰 태형이 정국에게 퇴원 소속 좀 밟아달라고 했다. 태형의 말에 동시에 반응한 지민과 정국이 미쳤냐며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을 하고는 둘 다 등을 돌렸다. 그럼 어쩌냐, 사람이 실종 상태라는데.




" 그건 우리가 더 알아볼게, 넌 좀 쉬어라. "

" ... 실시간으로 문자 해라. "

" 알겠어, 일단 그 도둑 가족들부터 찾아간다? "




정국의 말에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 태형이 혹시 모르니 너도 따라가라며 지민의 등을 밀었다. 정국이 그럴래? 하고 묻자 허둥지둥 옷을 챙긴 지민이 그의 뒤를 따라가며 고개를 돌려 태형에게 도움의 눈빛을 보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태형은 깔끔하게 지민의 시선을 무시하고는 정국이 챙겨두고 간 노트북을 꺼내 석진에 대한 정보를 더 찾기 시작했다.




" 돌아다니는 거 보면, 납치는 아닌데. "



















-



사실 수위 쓰다가 글이 잘 안 나와서 무작정 떠오른 내용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에 들어서...ㅎ

원래 랩슙을 쓰고 있었지만, 뷔진이 떠올랐다는 함정... 그래도 재밌게 봐주세요!

이상한게 보인다면 에스크로 와주세여!!!!!


https://twitter.com/han_a_suluv?s=09 = 사담계 (언제든지 먼저 멘션이나 디엠 주시면 치댐치댐 합니다!)


'장편 > 19' 카테고리의 다른 글

[뷔진] 경찰과 도둑의 숨바꼭질 02화 미궁  (0) 2018.02.27
[슙총] 성의 노예 #2  (4) 2017.07.27
[슙총] 그들에게 고양이란? - 2 ( 랩슙 ver )  (0) 2016.10.23
[슙총] 성의 노예 #1  (15) 2016.09.2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