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총공] 성의 노예






W . 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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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어디서 왔어?






정국이 호석이 알려준 방에 들어섰을 땐, 주인이라는 자의 방에 있던 사람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다가왔다. 얼굴과 몸 곳곳에는 상처가 가득했고, 목에는 파란색의 목줄을 차고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박지민이라고 말하는 남성에게 알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정국이 바닥에 짐가방을 내려놓았다. 넌 이름이 뭐야? 전정국이요.. 18살.. 정국의 눈을 가만히 바라본 지민은 환각제가 통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너도 안 통해? 지민의 물음의 뜻을 단번에 알아차린 정국이 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형도 그래요? 내가 형인 건 어떻게 알았어? 아까 만났던 사람이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다 자기보다 나이가 많다는 얘기를 했다고 대답한 정국이 지민의 팔을 끌어다가 침대에 앉혔다.





여기는 뭐 하는 곳이에요?


음, 네가 이 방에 온 걸로 봐서는..


다른 방이랑 이 방이 뭐가 달라요?






이 방은 주인님을 상대하는 사람들만 쓰는 방이야. 상대한다는 게 어떤 뜻인지 모르는지 고개를 살짝 기울이는 정국에 지민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지민의 눈에 보이는 정국은 아주 맑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때가 하나도 묻지 않은. 그런 아이가 이제 곧 맞이할 현실이 걱정이 되긴 했지만, 자신이 막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지민의 눈에 점점 눈물이 고여갔다. 박지민, 쓸데없는 소리 지껄이지 말고 방으로 와.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정국이 주위를 두리번 거리자 간단 명료하게 손가락으로 천장에 달린 스피커를 가리킨 지민이 서둘러 방을 나갔다. 지민이 나가고 혼자 방에 남은 정국이 침대에 눕는 순간 스피커에서 다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전정국이라고 했던가, 너도 올라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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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으... 흐...





그렇게 말을 잘 하는지 몰랐는데. 윤기의 불음에 자신도 서둘러 올라온 정국이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입을 다물지 못 했다. 침대 반대편에 꿇어앉아 있는 정국의 앞으로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는 지민이 공중에 매달린 상태로 강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어린 정국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정국을 바라보던 지민이 떨어지는 눈물에 고개를 흔들고는 윤기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소리냈다. 그만, 해, 개새끼야. 그게 부탁하는 태도인가. 지민의 행동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은 윤기가 정국에게 손가락을 까닥거려 자신에게 오도록 했다. 주춤주춤 일어나 윤기에게 다가간 정국이 고개를 푹 숙이고는 입술을 꽉 물었다. 순진한 거냐, 멍청한 거냐.





잘못했어요...


바보야, 네가 뭘, 잘못했다고, 아악!


어디서 사람 소리를 내.





겁을 먹은 상태로 잘못했다는 소리를 반복하는 정국에 표정을 찡그린 지민이 한 마디를 뱉었다가 윤기에 의해 채찍으로 등을 강하게 맞았다. 확 느껴지는 고통에 소리를 지른 지민이 몸을 부들부들 떨자 윤기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두 번은 안 봐준다고 했다, 짖어, 박지민. 정국은 가만히 세워 둔 상태로 지민이 엉덩이를 웅켜 쥔 윤기가 차가운 목소리를 툭툭 내뱉었다. 윤기의 명령에도 입을 닫은 지민은 열 생각이 없는지 눈을 굳게 감았다. 정국은 가만히 두 사람의 눈치만 살필 뿐 아무것도 하지 못 하고 있었다. 이렇게 나온다면, 죽는 건, 네가 아니겠지.





애까지 건드리려고?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지금 당장도 가능해.


네가 사람이냐, 민윤기?





마지막이야, 짖어, 박지민.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것 같은 정국의 표정에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벌린 지민이 작게 짖고는 그대로 고개를 떨궜다. 누군지 알고 있기는 해? 윤기의 물음에 제발 입 좀 다물라고 울부짖은 지민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 내려가도 좋아. 정국을 보며 가도 좋다고 말한 윤기가 지민을 공중에 떠있게 만들었던 밧줄을 풀고는 침대 위로 눕혔다. 문을 천천히 닫으며 안을 살핀 정국이 지민의 뒤에서 무서운 표정을 짓고 날뛰는 윤기에 입을 틀어막고는 서둘러 방으로 도망치듯이 돌아갔다. 방에 돌아와서도 지민에 대한 걱정에 서성거리던 정국이 30분 정도가 지났을까, 천천히 돌아가는 문고리에 서둘러 문 앞으로 다가갔다. 아...





비켜.


아, 죄송해요..


깨우지도, 건들지도 마라.





기절한 듯 보이는 지민을 안고 들어온 윤기에 긴장했다는 듯이 침을 삼킨 정국이 뒤로 물러났다. 지민을 침대에 눕힌 윤기가 정국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한쪽으로 쭉 올리고는 그대로 팔목을 붙잡아 방에서 데리고 나온 뒤,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어디 가요...? 정국의 물음에도 대답 없이 걸음을 옮긴 윤기가 도착한 곳은 지하실 끝에 있는 창고였다. 창고를 열고 안으로 정국을 밀어 넣은 윤기가 한쪽에 걸려있는 목줄을 소리 없이 가리켰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손가락 하나에도 겁을 먹은 정국이 자신도 모르게 빨간색으로 물들어있는 목줄을 손에 들었다. 생각보다 똑똑하네.





괜찮아, 정국아?


형..? 형...


미리 말 못 해서, 미안해.





눈을 떴을 때 자신을 내려보고 있는 지민을 발견한 정국이 울음을 터트리며 그를 꽉 껴안았다. 목줄을 고른 그 뒤로 정국에게는 악몽 같은 시간이 흘렀었다. 어린 정국이 감당하기에는 힘든. 그런 정국의 마음을 아는지 등을 살살 토닥인 지민이 구석에 달린 cctv를 뚫어버릴 기세로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 장면을 모두 보고 있었는지 곧 스피커가 켜지는 소리가 들렸고 지민을 더 꽉 안은 정국이 고개를 강하게 흔들었다. 박지민, 올라와, 걘 정호석한테 보내고. 또 \다시 들려오는 윤기의 부름에 한숨을 내쉰 지민이 정국을 일으켜 세우고는 지하실 쪽으로 데리고 갔다. 내려가면, 호석이 형 있을 거야. 윤기에게 향하는 지민의 뒷모습을 바라 보던 정국이 밑에서 자신에게 손짓하고 있던 호석을 뒤늦게 발견하고는 서둘러 아래로 내려갔다.





이제 익숙해져야지.


난,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그냥 주인님이 하라는 그대로 하면 돼.





말만 잘 들으면, 박지민처럼 저렇게 될 일도 없어. 호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정국이 걸음을 재촉하는 그를 따라 속도를 올려 걷기 시작했다. 어딜 이렇게 급하게 가요? 밥 먹으러. 가끔 엉뚱한 행동으로 자신을 당황시키는 호석이 더욱 궁금해진 정국이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을 가만히 바라봤다. 손에 있는 자국에 대해 물으려던 정국의 생각은 눈앞에 펼쳐진 맛있는 음식 덕분에 금방 사라지고 말았다. 처음 보는 음식들에 어린아이가 지을 법한 표정을 지은 정국이 호석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이것도 먹는 거고, 저것도 먹는 거예요? 정국의 물음에 다 먹어도 된다며 웃으면서 대답한 호석이 손에 접시를 쥐여주고는 자신도 천천히 음식을 고르기 시작했다.





많이 먹어두는 게 좋을 거야, 정국아.


왜요? 조금 먹으면 안 돼요..?

그래도 상관은 없고, 먹고 싶은 만큼 먹어.




호기심에 음식을 조금씩 전부 담는 정국을 보며 다 먹을 수 있겠냐고 물은 호석이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의 행동에 미소를 지었다. 잘 먹는 게 좋은 거지, 뭐. 자리를 잡고 앉은 호석과 정국의 옆으로 다가온 남성이 자리에 앉으며 호석을 바라봤다. 얘야? 응, 정국이. 호석의 말에 재밌다는 표정을 지으며 정국을 바라본 남성이 손을 내밀며 웃었다. 난, 김석진이라고 해. 손에 들었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석진의 손을 잡은 정국이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얜 밥을 처음 먹는 다냐? 어제, 한 것 같더라. 벌써? 호석의 말에 놀랐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석진이 측은한 눈빛으로 정국을 바라봤다.




얘가 먼저 갈까, 박지민이 먼저 갈까.

애 앞에서 그 소리 좀 하지 마.

알겠어, 나 먼저 간다.




무슨 얘기인데요? 정국의 물음에 아니라고 고개를 저은 호석이 식당으로 들어오는 윤기와 지민에 고개를 푹 숙였다. 왜 그러지?라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린 정국이 걸어오고 있는 지민과 윤기를 빤히 바라봤다. 지민은 입에 이상한 것을 끼우고 있는 상태로 바닥을 기어오고 있었고, 윤기는 지민의 목에 달려있는 목줄을 손에 잡고 있었다. 두 사람의 모습에 놀란 정국이 숟가락을 떨어트리자 그보다 더 놀란 호석이 서둘러 떨어진 숟가락을 주웠다. 보지 마, 정국아. 정국에게 보지 말라며 작게 속삭인 호석이 옆으로 윤기와 지민이 지나가고 나서야 고개를 들었다. 넌, 무슨 깡이 그렇게 세냐.




그냥, 대충, 알 것 같아서요, 여기가 어떤 곳인지.

어떤 곳인 것 같은데?

내가 있던 고아원이랑 똑같아요, 여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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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18살보다는 많고 23살보다는 적음.

ㄴ 민윤기의 전용 노예이고, 정국을 도우려고 하는 유일한 인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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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부터는 수위가 조금씩 (=많이) 등장할 것 같습니다.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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