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진] 경찰과 도둑의 숨바꼭질




뷔진 ; 팬픽




W . 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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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세요? "



움직이지 마. 범인을 잡는 것만 일주일이 걸린 사건을 간신히 마무리 지은 태형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왔더니 웬 모르는 남자가 자신의 책상 서랍을 뒤지고 있었다. 누구냐고 묻는 태형의 물음에 고개를 휙 돌린 남자가 움직이지 말라며 대뜸 그에게 칼을 보였다.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건가? 어이가 없는 상황에 헛웃음을 지은 태형이 외투를 벗고는 남자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아까와 똑같은 자세로 미동도 없이 서있는 그가 좀 불쌍해 보였는지 혀를 찬 태형이 의자를 끌어다가 그의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 몇 살? "

" 29살. "

" 너무 순순히 말하는 거 아니야? "



아차 한 남자가 입을 틀어막자 태형이 이미 늦었다며 크게 웃었다. 태형이 당황할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런 모습이 전혀 없자 오히려 당황한 남자가 돈을 챙겨 넣은 가방을 손에 꼭 쥐고는 집을 빠져나갈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대는 현직 형사였다. 이미 남자의 생각을 읽었는지 태형이 현관으로 걸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뭐 하는 짓이야. 저기,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아? 태형의 물음에 칼을 더 꽉 쥔 남자가 그걸 자기가 어떻게 아냐며 소리를 크게 질렀다. 나, 형사야. 



" ... 뭐? "

" 형사라고, 너 그러는 거 그냥 어린애 장난 수준이야. "

" ..... "



태형의 말에 할 말을 잃은 건지 남자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제 잡혀가는 건가. 먹을 게 없어서 무작정 들어온 자신이 잘못을 한 거는 맞지만, 막상 감옥을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남자의 얼굴이 침울하게 변했다. 그런 남자에게 다가간 태형이 씩 미소를 지었다. 이름. ... 김석진. 이름도 예쁘네?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태형의 손길에 놀란 석진이 뒤로 얼굴을 쭉 뺐다. 만지지 마. 지금 네가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할 입장인가? 태형이 사실만 정확하게 집어서 말하자 석진이 입을 다물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 지금 당장이라도 넘기고 싶은데, 그쪽이 너무 예뻐서. "

" ... 그쪽 이름도 알려줘. "

" 계속 반말할 생각인 거야? 기분이 나쁜데? "



내가 너보다 3살 많아. 태형의 말에 우물쭈물하던 석진이 말을 바꿔 작게 중얼거렸다. 알려주세요. 김태형. 이름을 듣고 순간 자기도 모르게 석진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얼굴도 완벽한데, 이름도 완벽하지? 자기보다 더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석진이 무언가에 홀리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지금 보니까, 내 액자 건드렸네. 석진을 보며 생글생글 웃던 태형이 액자에 금이 간 것을 발견하고는 갑자기 눈빛을 확 바꿔 석진을 죽일 기세로 노려봤다. 저건 안 건드렸어요.



" 너 말고 여기 누가 또 들어왔는데. "

" ... 친구.. "

" 아, 혼자가 아니었어? "



아까랑 확 달라진 태형의 말투에 침을 꿀꺽 삼킨 석진이 옆으로 자리를 살짝 옮겼다. 어딜 가려고. 태형이 자신의 어깨를 잡느라 한눈을 판 사이 석진이 눈을 꼭 감고는 손에 쥐고 있던 칼로 대충 어딘가를 내려찍었다. 아. 태형이 작은 신음을 내며 자신의 어깨에서 손을 떼자 가방을 들고 현관문으로 달려간 석진이 잠긴 문을 열면서 고개를 뒤로 돌렸다. 자신이 휘두른 칼은 태형의 어깨에 박혀 있었고, 상처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헉- 소리를 낸 석진이 밀려오는 무서움에 자신이 했다는 생각도 잊어버린 상태로 태형의 집을 빠져나갔다.



" 아, 시발... "



석진이 떠난 공간에 혼자 남은 태형이 아픈 어깨를 손으로 꽉 잡고는 침대 위에 있던 이불을 끌어당겨 제 어깨를 지혈했다. 피곤했던 탓인지 자꾸 감기는 눈에 거의 기어가는 듯이 외투가 있는 곳까지 간 태형이 핸드폰을 꺼내서 손에 쥔 상태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그렇게 약 30분이 지나서야 태형의 집 앞으로 구급차 소리가 들렸다. 태형이 실려간 뒤 경찰 제복을 입은 남성이 집안으로 들어와 대충 훑어보고는 다시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진짜, 김태형 병신 아니냐.



" 내 말이. "

" 걔 때문에 이게 무슨 난리냐. "

" 그래도 수술은 잘 되겠지? "



방금까지 태형을 욕하던 두 남성은 내심 그가 걱정이 되는지 수술실 앞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서 등이 꺼지기만을 기다렸다. 시간이 흐르고 불빛이 들어와있던 등이 꺼지자 초록색 수술복을 입은 의사가 밖으로 나왔다. 태형의 상태에 대해 들은 두 남성이 다행이라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곧이어 태형이 간호사들과 함께 밖으로 나왔고, 회복실로 옮겨졌다.
















.

.

.



" 형사라는 새끼가 도둑이랑 짝짜꿍을 하셨다? "



태형이 일어났다는 소식에 가장 먼저 달려온 정국의 첫마디는 잔소리였다. 자신의 말을 듣고는 있는 건지 여유로운 표정으로 어깨에 붕대를 감고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태형의 모습에 머리를 강하게 때린 정국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딱 내 스타일인 걸 어쩌냐. 태형의 말에 더 열을 받은 정국이 잡으면 얼굴이나 보자며 으름장을 놓았다. 잡긴 뭘 잡냐며 고개를 저은 태형이 정국을 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뭐냐. 그 새끼 찾으면 나한테 데리고 와. 음흉이 아니라 엄청 화난 표정이란 걸 뒤늦게 인지한 정국이 속으로 그 도둑은 이제 인생 끝났다를 외쳤다. 도둑 이름은 아냐?



" 김석진. "

" 그걸 또 알려줬, 잠깐만...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

" 흔한 이름인가. "



곰곰이 생각을 하던 정국이 뭔가 떠오르는지 눈을 크게 떴다. 아, 그 얼마 전에 경찰대 다녀왔는데 거기에 그 이름 하나 있었다.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을 해낸 정국이 설마 하는 생각에 대충 태형에게 얘기를 하고는 다른 형사들이 사두고 간 음료수 병을 까서는 쭉 들이켰다. 누가 보면 범인 하나 잡고 왔다? 태형의 물음에 정국이 말도 말라며, 벌써 몇 번째인지 똑같은 수법으로 할머니들 집을 터는 좀도둑이 나와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했다. 순간 태형은 벌써 몇 번째라는 얘기에 눈을 번뜩이며 정국의 팔을 잡았다. 몇 번째라고? 아, 내가 얘기 안 했나?




" 너 기절한 상태로 발견됐는데, 그동안 쌓인 피로 때문에 4일 만에 일어났어. "

" 그걸 이제야 말하는 새끼가 어딨냐. "

" 걱정 마, 그 새끼는 잡았으니까. "




다음 날 처리해야지 하고 남겨놨던 사건이 생각나서 그런지 방방 뛰는 태형에 그건 이미 자기가 처리했다며 진정하라는 정국이었다. 당분간 쉬라고 위에서 지시 내려왔으니까 넌 그 도둑이나 잡을 생각해라. 도와줄 거지? 태형이 물방울이 떠다닐 것 같은 눈빛으로 자기를 바라보자 소름이 돋는다며 그 얼굴을 밀어내는 정국이었다. 암튼, 너네 집 주변 cctv부터 찾아봐 줄게, 쉬고 있어라. 정국이 외투를 챙겨 일어나자 부탁한다며 씩 웃은 태형이 병실을 나서는 그의 뒤로 손을 흔들었다.




" 잡히기만 해봐, 그땐 진짜 안 봐줘. " 

" 뭐야, 전정국 왜 벌써 가냐? "

" 넌 내가 일주일 만에 일어났다는데 너무 편하게 들어온다? "




울면서 다시 들어오리? 지민의 얄미움에 그냥 사라지라며 손을 휘휘 젖는 태형이었다. 지민이 장난이라며, 정국의 연락을 받자마자 달려왔다고 삐진 태형을 달랬다. 살인사건 처리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다치냐. 태형의 어깨를 바라본 지민이 불쌍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태형은 그때보다 아프지는 않다며 걱정 말라는 듯이 지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 그 도둑 얘기 들었는데, 구급차 부른 거, 그 도둑인 것 같더라고.




" 병 주고 약 주는 그런 거래? "

" 그건 모르겠고, 너네 집에서 빠져나가 30분 뒤에서야 찔리는지 구급차에 전화를 했다더라. "

" 30분이면 거의 죽을 뻔한 거 아니냐? "




그러니까 일어나는데 일주일이나 걸렸지. 지민이 뒤늦게 외투를 벗으며 의자에 앉자 태형이 참 빨리도 앉았다며 크게 웃었다. 이해가 안 가는 석진의 행동에 대해 얘기를 하던 태형이 갑자기 드는 의문점에 그를 빤히 바라봤다. 넌 도둑인 건 어떻게 알았냐? 너네 집에 갔더니 서랍은 엎어져 있지, 바닥에는 피가 흥건하지, 딱 봐도 견적 나오잖냐. 태형을 흘겨본 지민이 도둑 안 잡고 뭐 했냐며 그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다.




" 아니, 진짜 예쁘게 생겼다니까? "

" 그렇다고 도둑을 그렇게 놓아주냐? "

" 아니, 걔 친구가 꼬신 것 같더라고. "




친구가 있었다고? 태형의 말에 멈칫한 지민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이상한 말 그만하라는 듯이 그에게서 살짝 멀어졌다. 아니, 왜, 무섭게. 그날 너네 집에 들어간 사람 그 도둑 하나야. 아 갑자기 소름 돋게 왜 그런 소리를 하냐. 지금 누구 때문에 소름이 돋는데. 두 사람이 한참을 떠들고 있는 동안 경찰서로 돌아갔던 정국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다시 병실로 들어왔다. 넌 또 뭐야. 야, 그 김석진이라는 애, 얘 맞냐?




" ... 어, 앞머리 길이만 다르지 다른 건 똑같이 생겼는데? "

" 엄청 빨리 찾았네? 좀 걸릴 줄 알았더니. "

" 아까 내가 경찰대학 얘기한 거 기억나? "




정국의 물음에 태형이 기억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대학 학생인데, 졸업 앞두고 4년째 실종 상태래. 정국의 말에 동시에 얼음이 된 태형과 지민이 각자 자신의 팔을 감쌌다. 반응이 왜 그러냐? 아니 너 오기 전에도 이상한 부분이 있었거든. 갑자기 복잡해진 상황에 한숨을 푹 내쉰 태형이 정국에게 퇴원 소속 좀 밟아달라고 했다. 태형의 말에 동시에 반응한 지민과 정국이 미쳤냐며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을 하고는 둘 다 등을 돌렸다. 그럼 어쩌냐, 사람이 실종 상태라는데.




" 그건 우리가 더 알아볼게, 넌 좀 쉬어라. "

" ... 실시간으로 문자 해라. "

" 알겠어, 일단 그 도둑 가족들부터 찾아간다? "




정국의 말에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 태형이 혹시 모르니 너도 따라가라며 지민의 등을 밀었다. 정국이 그럴래? 하고 묻자 허둥지둥 옷을 챙긴 지민이 그의 뒤를 따라가며 고개를 돌려 태형에게 도움의 눈빛을 보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태형은 깔끔하게 지민의 시선을 무시하고는 정국이 챙겨두고 간 노트북을 꺼내 석진에 대한 정보를 더 찾기 시작했다.




" 돌아다니는 거 보면, 납치는 아닌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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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수위 쓰다가 글이 잘 안 나와서 무작정 떠오른 내용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에 들어서...ㅎ

원래 랩슙을 쓰고 있었지만, 뷔진이 떠올랐다는 함정... 그래도 재밌게 봐주세요!

이상한게 보인다면 에스크로 와주세여!!!!!


https://twitter.com/han_a_suluv?s=09 = 사담계 (언제든지 먼저 멘션이나 디엠 주시면 치댐치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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