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진] 경찰과 도둑의 숨바꼭질




뷔진 ; 팬픽




W . 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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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나온 거 있냐? "



계속 이어지는 수사에 지쳤는지 피곤에 찌든 얼굴을 한 지민이 병실로 들어왔다. 몸을 일으킨 태형이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댄 상태로 지민을 바라봤다. 침대 아래에서 간이침대를 꺼내 누운 지민이 말도 말라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지민의 반응에 고개를 간이침대가 있는 쪽으로 뺀 태형이 잠들기 직전인 그를 계속 바라봤다. 그렇게 본다고 뭐 안 나온다.



" 아니 수사를 했으니까 말을 하지 말라는 거 아니냐? "

" 남성 한 명 빼고는 전부 사라진 상태였어. "

" 그래서 그 사람이 뭐래? "



너 같으면 죽은 사람이 말을 하겠냐. 지민의 말에 눈을 크게 뜬 태형이 좀 제대로 얘기 좀 해보라며 팔을 뻗어 그를 억지로 일으켰다. 전정국한테 물어봐, 나도 걔한테 듣고 오는 길이니까. 지민은 남성이 죽은 상태로 발견된 것 말고는 아는 게 없는지 계속 물어봤자 할 얘기 없다며 태형에게서 시선을 돌리고는 다시 침대 위로 누웠다. 피곤해서 그런지 곧바로 잠이 드는 지민에 태형도 다시 뒤로 몸을 뉘었다.



" 뭔가, 골치 아픈 사건이 굴러들어온 기분인데. "

" 딱, 그거 정답이다, 이 새끼야. "

" 야 너 눈에 그 그림자는 뭐냐. "



내가 너 때문에 무슨 고생을 했는지 아냐? 지민과 나란히 누워서 자던 태형이 30~40분 정도가 지나자 큰 소리를 내며 열리는 병실 문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잠을 거의 못 잤는지 눈가에 다크서클이 가득한 정국의 눈에 태형이 입을 떡 벌렸다. 손을 뻗어 태형의 턱을 쳐서 입을 다물게 한 정국이 침대에 걸터앉았다. 남자가 죽은 상태로 발견됐다는 건 무슨 얘기냐?



" 너 쉬라고 하고 박지민도 처리할 일 있다고 해서 형 데리고 갔었거든? "

" 아, 나 엄청 싫어하던 형사? "

" 어. 암튼 그 형이랑 갔는데, 집 앞에서부터 냄새가 나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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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형이 같이 좀 가줘요. "

" 네 친구 일인데, 그걸 내가 왜 가냐. "



집 주소를 경찰수첩에 대충 휘갈겨 쓴 정국이 빨리 움직이자는 생각으로 다른 형사팀 구역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는 형사인지 망설임 없이 걸어간 정국이 금방이라도 잠들 것 같은 표정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형사의 목에 팔을 걸었다. 혼자 갔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하라고요. 지금 나보고 네 방패 좀 해달라는 거냐? 신경질을 내며 거부의 의사를 표하는 형사에 정국이 통하지도 않을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 아, 윤기 형, 같이 좀 가줘요. "

" 걘 뭘 하길래 네가 나서서 이러는데. "

" 어깨에 칼 꽂혀서 병원에 입원했잖아요. "



태형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리를 들은 윤기가 어? 하며 정국을 향해 몸을 돌렸다. 대충 상황을 설명한 정국이 윤기를 빤히 바라봤다. 형, 뭐 아는 거 있죠. 정국의 물음에 뭔가를 생각하던 윤기가 아니라며 고개를 흔들고는 같이 가주기만 하면 되는 거냐며 질문과 전혀 상관없는 질문을 던졌다. 자신이 했던 질문은 이미 잊었는지 정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정리를 하고 있는 사건을 뒤로 미룬 윤기가 정국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 여기야? "

" 사람이 안 사는 것 같지 않아요? "

" 안에 불은 켜져 있는데? "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처럼 차있는 우편함과 바람에 끼익- 끼익-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대문에 윤기와 정국이 걸음을 빨리 옮겼다. 1층은 창고로 사용하고 있는지 자물쇠로 문이 잠겨있었다. 결국 발걸음을 옮겨 2층으로 올라간 정국과 윤기가 열려있는 문에 허리춤에 차고 있던 총을 손에 들고는 서로 신호를 주고받았다. 정국이 발로 문을 차서 열자 윤기가 잽싸게 안쪽으로 총을 겨눴다. 아무도 없는 걸까요? 



" 일단 들어가자. "

" 아까부터 시체 썩는 냄새나지 않아요? "

" 미안, 나 감기 걸려서 잘 모르겠다. "



정국이 시체 썩는 냄새가 난다고 하자 코가 막혀서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답한 윤기가 먼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먼지 쌓인 것 봐라. 바닥 가득한 먼지에 결국 신발을 신고 들어간 정국과 윤기가 일단 거실을 쭉 둘러봤다. 바닥에는 비어있는 컵라면 용기들이 가득 널려있었고, 가구들에도 바닥과 마찬가지로 먼지가 가득 내려앉은 상태였다. 3개 정도 보이는 방에 하나씩 보기로 한 정국과 윤기가 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뭐야, 방에 왜 아무것도 없냐. "

" 형, 거기도 비어있어요? "

" 거기도? 무슨 이런 집이 다 있냐. "



정국과 윤기가 확인한 방 둘 다 사람이 전혀 살지 않았던 것처럼 아무것도 없이 깨끗한 상태였다. 방을 좀 더 둘러보는 정국을 뒤로하고 남은 방의 문을 연 윤기가 안을 확인하자마자 보면 안 될 것을 봤다는 듯이 움직임을 멈췄다. 왜 그래요, 형? 정국이 다가오자 윤기가 손바닥을 보이며 오지 말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정국을 못 오게 한 윤기가 다시 방문을 닫고는 자신이 속해있는 형사팀 팀장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왜 그러는데요?



" 네가 지금까지 봤던 것들 상상 그 이상이니까 열어 볼 생각도 하지 마. "

" ... 사람이 죽어 있다는 거예요? "

"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죽은 건 맞는데... "



말 끝을 흐리는 윤기에 정국이 궁금증을 못 참겠다는 듯이 무작정 방문을 열어젖혔다. 전화를 받은 팀장에게 상황 설명을 하던 윤기가 뒤늦게 그 모습을 발견한 윤기가 다급하게 정국의 어깨를 붙잡고 방문을 닫았다. 하지만 이미 방안을 확인했는지 정국의 눈은 크게 떠져있었다. 정국이 본 방안은 이상한 점이 가득했고, 정말 봐서는 안 됐을 것도 있었다. 아무것도 없었던 두 개의 방에 있던 모든 가구들을 옮겨둔 것인지 방안은 빈 공간이 없이 빽빽했고, 그 가구들 사이로 죽은 지 10일은 족히 넘은 것 같은 남성의 시체가 매달려 있었다.



" 일단 넌 서로 돌아가, 여긴 우리가 처리할게. "

" 아니, 형, 그래도. "

" 빨리. 걔한테도 가서 알려주고. "



윤기의 만류에 결국 정국이 차로 향했다. 차에 올라탄 정국이 아까의 장면이 떠오르는지 핸들에 머리를 박았다. 3분 정도가 흘렀을까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리는 벨 소리에 정국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박지민. 지민의 이름 석자가 보이자 전화를 받은 정국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아니, 너 거기 집 갔다며. 지민의 말에 정국이 간다고 말하고 오는 것을 깜빡했었는지 아- 하며 짧게 앓는 소리를 냈다.



' 그래서 뭐 발견한 거 있어? '

" 나 서에 들렸다가 갈 테니까, 먼저 김태형한테 가 있어. "

' 왜 무슨 일 있는 거야? '

" 집 안에서 시체가 발견됐어. "



그렇게 지민은 제대로 된 설명도 듣지 못 한 상태로 태형의 병실로 온 것이고, 태형은 믿도 끝도 없는 말에 정국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정국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태형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에 미간을 찌푸렸다. 방안에 있는 물건을 왜 다 옮긴 거지? 태형의 물음에 정국이 그걸 자기도 모르니까 답답하다며 혹시나 윤기에게 연락이 올까 하고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 그래서 그 형이 지금 조사하고 있는 거야? "

" 형도 처음 보는 상황인 것 같더라고. "

" A팀 형사가 처음 보는 거면, 내가 엄청난 걸 끌어낸 것 같다? "



태연한 태형의 모습에 정국이 넌 철 좀 들라며 그의 허벅지를 때렸다. 악! 태형의 고통이 가득한 소리에 놀라서 깬 지민이 무슨 일이냐며 허둥지둥 거렸다. 잘 잤냐? 정국의 물음에 언제 왔냐고 물은 지민이 눈꼬리에 눈물을 달고 있는 태형을 바라봤다. 방금 왔어. 오자마자 아픈 애를 때리냐. 지민의 타박에 얘가 잘못한 걸 어쩌냐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는 정국이었다.



" 우리 집에 혹시 또 오지 않을까? "

" 누가? "

" 김석진. "



어떤 도둑이 미쳤다고 형사가 사는 집에 또 찾아오냐. 지민이 팩트를 말하자 정국과 태형이 크게 웃으며 그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냐? 웃고 떠들던 세 사람이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동시에 병실 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 팀장님? 전정국, 넌 뭘 하고 돌아다닌 거야. 들어오자마자 잔소리를 하는 팀장에 정국이 듣기 싫다며 귀를 틀어막았다. 팀장님, 제 걱정부터 해주셔야죠.



" 넌 빨리 출근할 생각이 나 해, 너 때문에 형사팀 싹 다 뒤집혔어. "

" 제 어깨에 칼이 꽂힌 게 그렇에 이슈입니까? "

" 그게 아니라, 그 김석진인가 뭔가 하는 놈 때문에. "



언제 봤다고 김석진한테 놈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자신의 말에 욱하는 태형의 반응을 본 팀장이 동그란 머리통을 세게 내리쳤다. 넌 얼마나 잘 알고 있다고 그러냐. 팀장의 격한 반응에 무슨 일인지 얘기나 좀 해주고 그러라며 태형이 울상을 지었다. 상황 설명을 아직 안 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팀장이 태형을 때린 부위를 살살 쓰다듬었다. 내가 아는 건 이거 하나야, 김석진인가 걔 여동생이 사라졌다는 거.



" 여동생이오? "

" 그래, 동생 찾겠다고 난리를 치더니 학교도 안 나오고 있는 거고. "

" 아니, 주변에 널린 경찰을 두고 왜. "



그것만 이상하냐? 그 집도 이상한 게 널렸는데? 팀장이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자 정국이 음료수라도 한 병 마시라며 냉장고 문을 열었다. 따뜻했던 병실에 찬 공기가 돌자 그제야 잠이 다 깼는지 아무 말없이 앉아있던 지민이 팀장을 바라봤다. 집에 사채 같은 건 없어요? 안 찾아봤어? 역으로 묻는 팀장에 지민이 그걸 자기가 왜 찾냐며 정국에게로 화살을 돌렸다. 넌 안 찾아봤냐? 팀장의 손에 음료수 병을 넘긴 정국이 지민의 어깨를 툭 쳤다.



" 당연히 찾아봤지, 근데 그런 건 없었어. "

" 그럼 단순 납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건가? "

" 단순 납치라고 하기에는 살인 사건까지 있으니... "



점점 복잡해지는 상황에 태형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야, 왜 그러냐. 걔, 이상한 짓이라도 하고 다니는 거 아니겠지? 태형이 고민하고 있던 게 고작 저런 거라는 걸 생각하니 정국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너, 진짜 반했냐? 정국의 물음에 그걸 말이라고 하냐며 눈을 흘긴 태형이 팀장을 바라봤다. 찾을 수 있겠죠? 네가 빨리 일어난다며? 태형의 어깨를 두어 번 주무른 팀장이 먼저 가보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국이 배웅을 하고 오겠다고 따라나가자 태형과 지민이 다시 동시에 침대 위로 누웠다. 



" 팀장님, 뭐 나온 게 더 없는 겁니까? "

" 더 이상, 김태형한테 아무것도 물어다 주지 마라. "



갑자기 표정이 확 바뀌는 팀장에 정국의 눈에 물음표가 떠다녔다. 아깐 태형에게 희망을 주는 것처럼 행동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정국에게는 아무런 정보를 가져다주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을 했다. 정국이 어떻게 된 거냐고 묻자 팀장이 여기서부턴 자기도 말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정국의 낯빛이 어두워지자 쓰게 웃은 팀장이 태형에게 잘 둘러대라고 하며 걸음을 옮겼다. 몇 발자국 걸어간 팀장이 다시 걸음을 멈추자 정국이 그를 바라봤다.



" 김태형, 지금도 위험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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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진] 경찰과 도둑의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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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세요? "



움직이지 마. 범인을 잡는 것만 일주일이 걸린 사건을 간신히 마무리 지은 태형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왔더니 웬 모르는 남자가 자신의 책상 서랍을 뒤지고 있었다. 누구냐고 묻는 태형의 물음에 고개를 휙 돌린 남자가 움직이지 말라며 대뜸 그에게 칼을 보였다.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건가? 어이가 없는 상황에 헛웃음을 지은 태형이 외투를 벗고는 남자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아까와 똑같은 자세로 미동도 없이 서있는 그가 좀 불쌍해 보였는지 혀를 찬 태형이 의자를 끌어다가 그의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 몇 살? "

" 29살. "

" 너무 순순히 말하는 거 아니야? "



아차 한 남자가 입을 틀어막자 태형이 이미 늦었다며 크게 웃었다. 태형이 당황할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런 모습이 전혀 없자 오히려 당황한 남자가 돈을 챙겨 넣은 가방을 손에 꼭 쥐고는 집을 빠져나갈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대는 현직 형사였다. 이미 남자의 생각을 읽었는지 태형이 현관으로 걸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뭐 하는 짓이야. 저기,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아? 태형의 물음에 칼을 더 꽉 쥔 남자가 그걸 자기가 어떻게 아냐며 소리를 크게 질렀다. 나, 형사야. 



" ... 뭐? "

" 형사라고, 너 그러는 거 그냥 어린애 장난 수준이야. "

" ..... "



태형의 말에 할 말을 잃은 건지 남자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제 잡혀가는 건가. 먹을 게 없어서 무작정 들어온 자신이 잘못을 한 거는 맞지만, 막상 감옥을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남자의 얼굴이 침울하게 변했다. 그런 남자에게 다가간 태형이 씩 미소를 지었다. 이름. ... 김석진. 이름도 예쁘네?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태형의 손길에 놀란 석진이 뒤로 얼굴을 쭉 뺐다. 만지지 마. 지금 네가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할 입장인가? 태형이 사실만 정확하게 집어서 말하자 석진이 입을 다물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 지금 당장이라도 넘기고 싶은데, 그쪽이 너무 예뻐서. "

" ... 그쪽 이름도 알려줘. "

" 계속 반말할 생각인 거야? 기분이 나쁜데? "



내가 너보다 3살 많아. 태형의 말에 우물쭈물하던 석진이 말을 바꿔 작게 중얼거렸다. 알려주세요. 김태형. 이름을 듣고 순간 자기도 모르게 석진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얼굴도 완벽한데, 이름도 완벽하지? 자기보다 더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석진이 무언가에 홀리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지금 보니까, 내 액자 건드렸네. 석진을 보며 생글생글 웃던 태형이 액자에 금이 간 것을 발견하고는 갑자기 눈빛을 확 바꿔 석진을 죽일 기세로 노려봤다. 저건 안 건드렸어요.



" 너 말고 여기 누가 또 들어왔는데. "

" ... 친구.. "

" 아, 혼자가 아니었어? "



아까랑 확 달라진 태형의 말투에 침을 꿀꺽 삼킨 석진이 옆으로 자리를 살짝 옮겼다. 어딜 가려고. 태형이 자신의 어깨를 잡느라 한눈을 판 사이 석진이 눈을 꼭 감고는 손에 쥐고 있던 칼로 대충 어딘가를 내려찍었다. 아. 태형이 작은 신음을 내며 자신의 어깨에서 손을 떼자 가방을 들고 현관문으로 달려간 석진이 잠긴 문을 열면서 고개를 뒤로 돌렸다. 자신이 휘두른 칼은 태형의 어깨에 박혀 있었고, 상처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헉- 소리를 낸 석진이 밀려오는 무서움에 자신이 했다는 생각도 잊어버린 상태로 태형의 집을 빠져나갔다.



" 아, 시발... "



석진이 떠난 공간에 혼자 남은 태형이 아픈 어깨를 손으로 꽉 잡고는 침대 위에 있던 이불을 끌어당겨 제 어깨를 지혈했다. 피곤했던 탓인지 자꾸 감기는 눈에 거의 기어가는 듯이 외투가 있는 곳까지 간 태형이 핸드폰을 꺼내서 손에 쥔 상태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그렇게 약 30분이 지나서야 태형의 집 앞으로 구급차 소리가 들렸다. 태형이 실려간 뒤 경찰 제복을 입은 남성이 집안으로 들어와 대충 훑어보고는 다시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진짜, 김태형 병신 아니냐.



" 내 말이. "

" 걔 때문에 이게 무슨 난리냐. "

" 그래도 수술은 잘 되겠지? "



방금까지 태형을 욕하던 두 남성은 내심 그가 걱정이 되는지 수술실 앞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서 등이 꺼지기만을 기다렸다. 시간이 흐르고 불빛이 들어와있던 등이 꺼지자 초록색 수술복을 입은 의사가 밖으로 나왔다. 태형의 상태에 대해 들은 두 남성이 다행이라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곧이어 태형이 간호사들과 함께 밖으로 나왔고, 회복실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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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사라는 새끼가 도둑이랑 짝짜꿍을 하셨다? "



태형이 일어났다는 소식에 가장 먼저 달려온 정국의 첫마디는 잔소리였다. 자신의 말을 듣고는 있는 건지 여유로운 표정으로 어깨에 붕대를 감고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태형의 모습에 머리를 강하게 때린 정국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딱 내 스타일인 걸 어쩌냐. 태형의 말에 더 열을 받은 정국이 잡으면 얼굴이나 보자며 으름장을 놓았다. 잡긴 뭘 잡냐며 고개를 저은 태형이 정국을 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뭐냐. 그 새끼 찾으면 나한테 데리고 와. 음흉이 아니라 엄청 화난 표정이란 걸 뒤늦게 인지한 정국이 속으로 그 도둑은 이제 인생 끝났다를 외쳤다. 도둑 이름은 아냐?



" 김석진. "

" 그걸 또 알려줬, 잠깐만...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

" 흔한 이름인가. "



곰곰이 생각을 하던 정국이 뭔가 떠오르는지 눈을 크게 떴다. 아, 그 얼마 전에 경찰대 다녀왔는데 거기에 그 이름 하나 있었다.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을 해낸 정국이 설마 하는 생각에 대충 태형에게 얘기를 하고는 다른 형사들이 사두고 간 음료수 병을 까서는 쭉 들이켰다. 누가 보면 범인 하나 잡고 왔다? 태형의 물음에 정국이 말도 말라며, 벌써 몇 번째인지 똑같은 수법으로 할머니들 집을 터는 좀도둑이 나와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했다. 순간 태형은 벌써 몇 번째라는 얘기에 눈을 번뜩이며 정국의 팔을 잡았다. 몇 번째라고? 아, 내가 얘기 안 했나?




" 너 기절한 상태로 발견됐는데, 그동안 쌓인 피로 때문에 4일 만에 일어났어. "

" 그걸 이제야 말하는 새끼가 어딨냐. "

" 걱정 마, 그 새끼는 잡았으니까. "




다음 날 처리해야지 하고 남겨놨던 사건이 생각나서 그런지 방방 뛰는 태형에 그건 이미 자기가 처리했다며 진정하라는 정국이었다. 당분간 쉬라고 위에서 지시 내려왔으니까 넌 그 도둑이나 잡을 생각해라. 도와줄 거지? 태형이 물방울이 떠다닐 것 같은 눈빛으로 자기를 바라보자 소름이 돋는다며 그 얼굴을 밀어내는 정국이었다. 암튼, 너네 집 주변 cctv부터 찾아봐 줄게, 쉬고 있어라. 정국이 외투를 챙겨 일어나자 부탁한다며 씩 웃은 태형이 병실을 나서는 그의 뒤로 손을 흔들었다.




" 잡히기만 해봐, 그땐 진짜 안 봐줘. " 

" 뭐야, 전정국 왜 벌써 가냐? "

" 넌 내가 일주일 만에 일어났다는데 너무 편하게 들어온다? "




울면서 다시 들어오리? 지민의 얄미움에 그냥 사라지라며 손을 휘휘 젖는 태형이었다. 지민이 장난이라며, 정국의 연락을 받자마자 달려왔다고 삐진 태형을 달랬다. 살인사건 처리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다치냐. 태형의 어깨를 바라본 지민이 불쌍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태형은 그때보다 아프지는 않다며 걱정 말라는 듯이 지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 그 도둑 얘기 들었는데, 구급차 부른 거, 그 도둑인 것 같더라고.




" 병 주고 약 주는 그런 거래? "

" 그건 모르겠고, 너네 집에서 빠져나가 30분 뒤에서야 찔리는지 구급차에 전화를 했다더라. "

" 30분이면 거의 죽을 뻔한 거 아니냐? "




그러니까 일어나는데 일주일이나 걸렸지. 지민이 뒤늦게 외투를 벗으며 의자에 앉자 태형이 참 빨리도 앉았다며 크게 웃었다. 이해가 안 가는 석진의 행동에 대해 얘기를 하던 태형이 갑자기 드는 의문점에 그를 빤히 바라봤다. 넌 도둑인 건 어떻게 알았냐? 너네 집에 갔더니 서랍은 엎어져 있지, 바닥에는 피가 흥건하지, 딱 봐도 견적 나오잖냐. 태형을 흘겨본 지민이 도둑 안 잡고 뭐 했냐며 그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다.




" 아니, 진짜 예쁘게 생겼다니까? "

" 그렇다고 도둑을 그렇게 놓아주냐? "

" 아니, 걔 친구가 꼬신 것 같더라고. "




친구가 있었다고? 태형의 말에 멈칫한 지민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이상한 말 그만하라는 듯이 그에게서 살짝 멀어졌다. 아니, 왜, 무섭게. 그날 너네 집에 들어간 사람 그 도둑 하나야. 아 갑자기 소름 돋게 왜 그런 소리를 하냐. 지금 누구 때문에 소름이 돋는데. 두 사람이 한참을 떠들고 있는 동안 경찰서로 돌아갔던 정국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다시 병실로 들어왔다. 넌 또 뭐야. 야, 그 김석진이라는 애, 얘 맞냐?




" ... 어, 앞머리 길이만 다르지 다른 건 똑같이 생겼는데? "

" 엄청 빨리 찾았네? 좀 걸릴 줄 알았더니. "

" 아까 내가 경찰대학 얘기한 거 기억나? "




정국의 물음에 태형이 기억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대학 학생인데, 졸업 앞두고 4년째 실종 상태래. 정국의 말에 동시에 얼음이 된 태형과 지민이 각자 자신의 팔을 감쌌다. 반응이 왜 그러냐? 아니 너 오기 전에도 이상한 부분이 있었거든. 갑자기 복잡해진 상황에 한숨을 푹 내쉰 태형이 정국에게 퇴원 소속 좀 밟아달라고 했다. 태형의 말에 동시에 반응한 지민과 정국이 미쳤냐며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을 하고는 둘 다 등을 돌렸다. 그럼 어쩌냐, 사람이 실종 상태라는데.




" 그건 우리가 더 알아볼게, 넌 좀 쉬어라. "

" ... 실시간으로 문자 해라. "

" 알겠어, 일단 그 도둑 가족들부터 찾아간다? "




정국의 말에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 태형이 혹시 모르니 너도 따라가라며 지민의 등을 밀었다. 정국이 그럴래? 하고 묻자 허둥지둥 옷을 챙긴 지민이 그의 뒤를 따라가며 고개를 돌려 태형에게 도움의 눈빛을 보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태형은 깔끔하게 지민의 시선을 무시하고는 정국이 챙겨두고 간 노트북을 꺼내 석진에 대한 정보를 더 찾기 시작했다.




" 돌아다니는 거 보면, 납치는 아닌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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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수위 쓰다가 글이 잘 안 나와서 무작정 떠오른 내용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에 들어서...ㅎ

원래 랩슙을 쓰고 있었지만, 뷔진이 떠올랐다는 함정... 그래도 재밌게 봐주세요!

이상한게 보인다면 에스크로 와주세여!!!!!


https://twitter.com/han_a_suluv?s=09 = 사담계 (언제든지 먼저 멘션이나 디엠 주시면 치댐치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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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어디서 왔어?






정국이 호석이 알려준 방에 들어섰을 땐, 주인이라는 자의 방에 있던 사람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다가왔다. 얼굴과 몸 곳곳에는 상처가 가득했고, 목에는 파란색의 목줄을 차고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박지민이라고 말하는 남성에게 알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정국이 바닥에 짐가방을 내려놓았다. 넌 이름이 뭐야? 전정국이요.. 18살.. 정국의 눈을 가만히 바라본 지민은 환각제가 통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너도 안 통해? 지민의 물음의 뜻을 단번에 알아차린 정국이 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형도 그래요? 내가 형인 건 어떻게 알았어? 아까 만났던 사람이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다 자기보다 나이가 많다는 얘기를 했다고 대답한 정국이 지민의 팔을 끌어다가 침대에 앉혔다.





여기는 뭐 하는 곳이에요?


음, 네가 이 방에 온 걸로 봐서는..


다른 방이랑 이 방이 뭐가 달라요?






이 방은 주인님을 상대하는 사람들만 쓰는 방이야. 상대한다는 게 어떤 뜻인지 모르는지 고개를 살짝 기울이는 정국에 지민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지민의 눈에 보이는 정국은 아주 맑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때가 하나도 묻지 않은. 그런 아이가 이제 곧 맞이할 현실이 걱정이 되긴 했지만, 자신이 막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지민의 눈에 점점 눈물이 고여갔다. 박지민, 쓸데없는 소리 지껄이지 말고 방으로 와.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정국이 주위를 두리번 거리자 간단 명료하게 손가락으로 천장에 달린 스피커를 가리킨 지민이 서둘러 방을 나갔다. 지민이 나가고 혼자 방에 남은 정국이 침대에 눕는 순간 스피커에서 다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전정국이라고 했던가, 너도 올라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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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으... 흐...





그렇게 말을 잘 하는지 몰랐는데. 윤기의 불음에 자신도 서둘러 올라온 정국이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입을 다물지 못 했다. 침대 반대편에 꿇어앉아 있는 정국의 앞으로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는 지민이 공중에 매달린 상태로 강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어린 정국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정국을 바라보던 지민이 떨어지는 눈물에 고개를 흔들고는 윤기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소리냈다. 그만, 해, 개새끼야. 그게 부탁하는 태도인가. 지민의 행동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은 윤기가 정국에게 손가락을 까닥거려 자신에게 오도록 했다. 주춤주춤 일어나 윤기에게 다가간 정국이 고개를 푹 숙이고는 입술을 꽉 물었다. 순진한 거냐, 멍청한 거냐.





잘못했어요...


바보야, 네가 뭘, 잘못했다고, 아악!


어디서 사람 소리를 내.





겁을 먹은 상태로 잘못했다는 소리를 반복하는 정국에 표정을 찡그린 지민이 한 마디를 뱉었다가 윤기에 의해 채찍으로 등을 강하게 맞았다. 확 느껴지는 고통에 소리를 지른 지민이 몸을 부들부들 떨자 윤기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두 번은 안 봐준다고 했다, 짖어, 박지민. 정국은 가만히 세워 둔 상태로 지민이 엉덩이를 웅켜 쥔 윤기가 차가운 목소리를 툭툭 내뱉었다. 윤기의 명령에도 입을 닫은 지민은 열 생각이 없는지 눈을 굳게 감았다. 정국은 가만히 두 사람의 눈치만 살필 뿐 아무것도 하지 못 하고 있었다. 이렇게 나온다면, 죽는 건, 네가 아니겠지.





애까지 건드리려고?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지금 당장도 가능해.


네가 사람이냐, 민윤기?





마지막이야, 짖어, 박지민.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것 같은 정국의 표정에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벌린 지민이 작게 짖고는 그대로 고개를 떨궜다. 누군지 알고 있기는 해? 윤기의 물음에 제발 입 좀 다물라고 울부짖은 지민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 내려가도 좋아. 정국을 보며 가도 좋다고 말한 윤기가 지민을 공중에 떠있게 만들었던 밧줄을 풀고는 침대 위로 눕혔다. 문을 천천히 닫으며 안을 살핀 정국이 지민의 뒤에서 무서운 표정을 짓고 날뛰는 윤기에 입을 틀어막고는 서둘러 방으로 도망치듯이 돌아갔다. 방에 돌아와서도 지민에 대한 걱정에 서성거리던 정국이 30분 정도가 지났을까, 천천히 돌아가는 문고리에 서둘러 문 앞으로 다가갔다. 아...





비켜.


아, 죄송해요..


깨우지도, 건들지도 마라.





기절한 듯 보이는 지민을 안고 들어온 윤기에 긴장했다는 듯이 침을 삼킨 정국이 뒤로 물러났다. 지민을 침대에 눕힌 윤기가 정국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한쪽으로 쭉 올리고는 그대로 팔목을 붙잡아 방에서 데리고 나온 뒤,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어디 가요...? 정국의 물음에도 대답 없이 걸음을 옮긴 윤기가 도착한 곳은 지하실 끝에 있는 창고였다. 창고를 열고 안으로 정국을 밀어 넣은 윤기가 한쪽에 걸려있는 목줄을 소리 없이 가리켰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손가락 하나에도 겁을 먹은 정국이 자신도 모르게 빨간색으로 물들어있는 목줄을 손에 들었다. 생각보다 똑똑하네.





괜찮아, 정국아?


형..? 형...


미리 말 못 해서, 미안해.





눈을 떴을 때 자신을 내려보고 있는 지민을 발견한 정국이 울음을 터트리며 그를 꽉 껴안았다. 목줄을 고른 그 뒤로 정국에게는 악몽 같은 시간이 흘렀었다. 어린 정국이 감당하기에는 힘든. 그런 정국의 마음을 아는지 등을 살살 토닥인 지민이 구석에 달린 cctv를 뚫어버릴 기세로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 장면을 모두 보고 있었는지 곧 스피커가 켜지는 소리가 들렸고 지민을 더 꽉 안은 정국이 고개를 강하게 흔들었다. 박지민, 올라와, 걘 정호석한테 보내고. 또 \다시 들려오는 윤기의 부름에 한숨을 내쉰 지민이 정국을 일으켜 세우고는 지하실 쪽으로 데리고 갔다. 내려가면, 호석이 형 있을 거야. 윤기에게 향하는 지민의 뒷모습을 바라 보던 정국이 밑에서 자신에게 손짓하고 있던 호석을 뒤늦게 발견하고는 서둘러 아래로 내려갔다.





이제 익숙해져야지.


난,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그냥 주인님이 하라는 그대로 하면 돼.





말만 잘 들으면, 박지민처럼 저렇게 될 일도 없어. 호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정국이 걸음을 재촉하는 그를 따라 속도를 올려 걷기 시작했다. 어딜 이렇게 급하게 가요? 밥 먹으러. 가끔 엉뚱한 행동으로 자신을 당황시키는 호석이 더욱 궁금해진 정국이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을 가만히 바라봤다. 손에 있는 자국에 대해 물으려던 정국의 생각은 눈앞에 펼쳐진 맛있는 음식 덕분에 금방 사라지고 말았다. 처음 보는 음식들에 어린아이가 지을 법한 표정을 지은 정국이 호석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이것도 먹는 거고, 저것도 먹는 거예요? 정국의 물음에 다 먹어도 된다며 웃으면서 대답한 호석이 손에 접시를 쥐여주고는 자신도 천천히 음식을 고르기 시작했다.





많이 먹어두는 게 좋을 거야, 정국아.


왜요? 조금 먹으면 안 돼요..?

그래도 상관은 없고, 먹고 싶은 만큼 먹어.




호기심에 음식을 조금씩 전부 담는 정국을 보며 다 먹을 수 있겠냐고 물은 호석이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의 행동에 미소를 지었다. 잘 먹는 게 좋은 거지, 뭐. 자리를 잡고 앉은 호석과 정국의 옆으로 다가온 남성이 자리에 앉으며 호석을 바라봤다. 얘야? 응, 정국이. 호석의 말에 재밌다는 표정을 지으며 정국을 바라본 남성이 손을 내밀며 웃었다. 난, 김석진이라고 해. 손에 들었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석진의 손을 잡은 정국이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얜 밥을 처음 먹는 다냐? 어제, 한 것 같더라. 벌써? 호석의 말에 놀랐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석진이 측은한 눈빛으로 정국을 바라봤다.




얘가 먼저 갈까, 박지민이 먼저 갈까.

애 앞에서 그 소리 좀 하지 마.

알겠어, 나 먼저 간다.




무슨 얘기인데요? 정국의 물음에 아니라고 고개를 저은 호석이 식당으로 들어오는 윤기와 지민에 고개를 푹 숙였다. 왜 그러지?라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린 정국이 걸어오고 있는 지민과 윤기를 빤히 바라봤다. 지민은 입에 이상한 것을 끼우고 있는 상태로 바닥을 기어오고 있었고, 윤기는 지민의 목에 달려있는 목줄을 손에 잡고 있었다. 두 사람의 모습에 놀란 정국이 숟가락을 떨어트리자 그보다 더 놀란 호석이 서둘러 떨어진 숟가락을 주웠다. 보지 마, 정국아. 정국에게 보지 말라며 작게 속삭인 호석이 옆으로 윤기와 지민이 지나가고 나서야 고개를 들었다. 넌, 무슨 깡이 그렇게 세냐.




그냥, 대충, 알 것 같아서요, 여기가 어떤 곳인지.

어떤 곳인 것 같은데?

내가 있던 고아원이랑 똑같아요, 여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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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18살보다는 많고 23살보다는 적음.

ㄴ 민윤기의 전용 노예이고, 정국을 도우려고 하는 유일한 인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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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부터는 수위가 조금씩 (=많이) 등장할 것 같습니다. 아마!






[슈가총공] 성의 노예






W . 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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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아, 아저씨랑 어디 좀 가자.





처음 아저씨를 따라서 그곳으로 가던 날, 유독 많은 비가 내렸다. 무언가를 암시하듯이 큰 굉음이 귓가를 울렸다. 곧 빠르게 움직이던 바퀴의 속도가 점점 줄어들었고, 이내 큰 저택 앞에서 멈춰 섰다. 차 문을 열자 비에 흠뻑 젖어서 질척 거릴 것 같은 흙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고개를 들었을 때는 큰 대문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무언가 이상한 느낌에 내리기를 거부했다. 내가 원하던 그런 곳이 아닌 것 같아서. 그제야 전에 한 남자가 얘기했던 말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넌 네가 원하는 곳을 갈 수 없어. 그렇다. 난 지금 이곳을 원하지 않는다. 아저씨 손에 이끌려 들어간 저택 내부는 방이 참 많았다. 그리고 그 방에서는 이상한 비명이 가득 들려왔다. 그때부터 이곳에 발을 들였다는 것에 대해 겁이 나기 시작했다. 어느새 한 남성이 위층에서 내려와 나와 아저씨 앞에 섰다. 아저씨에게 나에 대한 설명을 들은 남자가 내 턱을 잡고는 이리저리 살피는데, 그게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약 아저씨가 뒤에서 내 등을 토닥여주지 않았다면 한 대 때렸을지도 모를 것 같다. 아저씨는 그 사람에게 내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 사람은 나에게 이름,이라며 짧게 물어왔고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무서움인지 긴장감인지, 갑자기 휩싸이는 이상한 기분이 내 입을 막아버렸다. 내 모습을 가만히 보던 남성이 이내 귀찮다는 듯이 눈에 살기를 띄고는 나와 시선을 마주치며 다시 물어왔다.






마지막이야, 이름.


... 전정국이요..


괜찮네, 이름.






그는 내 팔을 붙잡고는 아저씨에게 가보라고 손짓을 했다. 순간적으로 아저씨의 옷깃을 잡고는 그 사람을 올려다봤다. 그러고는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왠지 아저씨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결국 남성은 아저씨를 나와 같이 한 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 사람이 아저씨에게 몇 가지를 말하고는 이내 비명이 들리던 방으로 들어갔다. 아저씨는 침대에 앉아서 몸을 덜덜 떠는 내 어깨를 품에 안아줬다. 미안하다는 아저씨의 말에 물기가 젖어 있음이 느껴져서 물을 수 없었다. 왜 나한테 거짓말을 한 거냐고. 그래서 그냥 아저씨 손을 붙잡고 잠에 들었다. 눈을 감기 전 내가 잠이 들면 아저씨가 갈 것이라고 대충 예상은 했지만, 정말 다음 날이 돼서 눈을 떴을 때, 아저씨는 옆에 없고 나만 좁은 방에 덩그러니 누워있었다. 혼자 있는 시간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누군가 내 방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전정국? 그가 내 이름을 불렀고, 나는 그냥 고개만 대충 끄덕였다. 대답을 할 기운도 없었다. 밥을 안 먹은지 오래지났기 때문에 배에서는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계속 났지만, 목소리는 그렇지 못 했다. 내가 배가 고프다는 것을 안 남자가 자신에 대한 소개는 해주지 않고 나를 데리고 주방으로 데리고 갔다. 빵 몇 개를 건네주고는 다시 나를 방으로 데리고 온 남자가 내 앞에 마주 앉아서는 날 보며 씩 웃었다.






어려 보이네, 나는 정호석이야.


18살, 18살이에요.


아직 어리네, 나는 23살, 그냥 편하게 형이라고 불러.






내가 천천히 빵을 먹는 동안 호석이 형은 무언가 불안하다는 듯이 갑자기 시계를 여러 번 보더니 내 손에서 빵을 뺏어 탁자에 놓고는 나를 잡아끌었다. 빵은 다녀와서 먹자, 늦었어. 형에게 이끌려 간 곳은 지하로 가는 계단이었다. 어두운 곳. 내가 싫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형은 바로 불을 켜주고는 나를 데리고 계단을 내려갔다. 내려갔을 때,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코를 찌르고 들어오는 냄새, 여기저기서 들리는 비명. 어제 들었던 비명과는 차원이 다른 소리였다. 지하에는 3명의 사람이 있었다. 이상한 약을 주입 당하고 있는, 당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거다. 그들의 몸은 의자 이곳저곳에 묶여 있었으니까. 형은 내 등을 떠밀어서 더 깊게 안으로 들어갔다. 형이 세운 방문에는 샤워실이라는 푯말이 붙어있었다. 씻고 나와, 안에 옷도 있을 거야. 형의 설명에 빨리 이 냄새를 벗어나고 싶어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욕실은 잠을 잤던 방보다 편하게 느껴졌다. 따뜻한 물이 담겨있는 욕조에 들어가서 눈을 감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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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법이 아직도 먹히는구나.






잠이 든 정국을 보며 자신도 어이가 없긴 없는지 픽 웃은 호석이 벽에서 삐- 소리를 내며 하얀 연기를 내뿜고 있는 기계를 멈췄다. 정국의 몸을 물 밖으로 꺼내서 수건으로 대충 닦은 호석이 옷을 입히고는 샤워실 밖으로 정국을 데리고 나왔다. 의자에 묶여 있던 남자 셋은 언제 풀려났는지 자신들이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남자들이 앉아있던 자리에 정국을 앉힌 호석이 서랍을 열어서 팩을 하나 꺼내고는 주사기에 달려있는 줄과 연결을 했다. 분홍색 액체가 가득 차 있는 비닐팩. 정국의 팔뚝에 주사기를 꽂은 호석이 약이 주입되는 속도를 조절하고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서둘러 1층으로 올라갔다. 부르셨습니까? 어제 온 걔는. 지하에 있습니다. 짧게 대화를 나누던 호석이 정국이 일어나면 방으로 데리고 오라는 남성의 말에 알겠다고 대답을 한 뒤, 다시 지하로 향했다. 뭐 해. 정국의 근처에서 신기하다는 듯이 얘기를 하며 구경하는 셋을 보며 뭐 하냐고 물은 호석이 그들의 사이로 들어갔다. 수면제가 깊게 들어가지 않은 건지 정국은 이미 눈을 뜨고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






무슨 인사를 하냐, 김태형.


아, 어때요, 인사하는 게...


둘이 그만 좀 싸우지? 진짜 지겹다.






김태형이라 불린 남성은 정국의 손가락 하나를 잡고 이리저리 흔들고 있었고, 그에게 타박을 준 남성은 이제 관심이 없다는 듯이 벽 쪽으로 가서는 앉았다. 남준아, 석진이 형은? 벽에 기대앉은 남성에게 남준이란 이름을 사용하며 부른 호석이 다른 남성을 찾아 고개를 두리번 거렸다. 아직 안 왔어. 남준의 대답에 그래?라고 대답한 호석이 정국을 풀어주고는 팔목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침 흐른다. 약의 효과가 점점 오는지 멍한 눈빛으로 침을 줄줄 흘리는 정국을 보며 휴지를 건넨 호석이 1층으로 향하려고 몸을 움직였다. 어디, 가요? 정국의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을 회피한 호석이 계단을 올라 3층으로 향했다. 3층은 복도가 있는 다른 층과는 다르게 계단 끝부분에 바로 문이 하나 있었다. 주인님, 데리고 왔습니다. 남성에게 주인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호석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 거린 정국이 이내 남았던 정신마저 풀려버리는 기분에 머리를 빠르게 흔들었다. 가만히 있어. 들어오라는 주인의 말에 정국의 머리를 꽉 잡아서 움직이지 못 하게 만든 호석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형...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무서운데, 무서워요...


쟨 신경 쓰지 말고, 앉아.






방으로 들어간 정국의 시선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한 남자였다. 눈은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고, 아무것도 입지 않은 몸에는 천장에 매달린 양초에서 촛농이 떨어지고 있었다. 온몸은 밧줄에 매달려 이리저리 몸만 비틀고, 막힌 입에서는 억눌린 신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처음 본 정국의 지래 겁을 먹고는 가까이 와서 앉으라는 남성의 말에도 호석의 뒤에 숨어 몸을 덜덜 떨었다. 주인님이 오라고 하시잖아. 당황한 표정으로 천천히 정국을 타이른 호석이 직접 주인의 앞으로 정국을 데리고 가서는 자리에 앉혔다. 걘, 풀어주고 데리고 나가. 남성은 호석에 의해서 입이 자유로워 지자 주인인 남성의 이름을 부르며 욕을 내뱉었다. 민윤기, 좆같은 새끼야. 호석과 남성이 나간 방에서 정국은 윤기라고 불렸던 남성에게 자신이 할 일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자신이 이곳에 노예로 팔려 왔다는 것을 안 정국은 밀려오는 배신감에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그런 정국을 보며 윤기는 할 말이 끝나자 바로 정국에게 나가서 호석을 찾아가라는 말을 남기고는 방안에 있는 또 다른 문을 열고는 그 속으로 들어갔다. 가만히 그 방을 바라보던 정국이 밖으로 나와 1층으로 내려와 호석을 찾아 다시 지하로 내려갔다. 호석은 보이지 않고 아까 봤던 남자 셋만 있는 모습에 천천히 다가간 정국이 약물을 정리하고 있는 남자의 곁으로 다가갔다. 아까 태형이라 불렸던 남성은 정국에게 이것저것을 물으며 자신의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태형의 질문이 끝이나 자 약물에 대해 물은 정국이 태형의 대답에 눈을 크게 뜨며 뒷걸음질을 치다가 누군가에게 부딪혔다.






아, 그 약, 환각제야.


도망치려는 건 아니지? 어차피 나가지도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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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 나이 모름.


ㄴ 저택의 주인이자, 모든 노예들의 주인.





전정국 , 18살


ㄴ 고아, 노예로 저택에 팔려왔음.





정호석 , 23살


ㄴ 저택의 도우미 역할. 처음 온 노예들을 관리하는 일을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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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노예 ; 성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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